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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서

Yunseo Lee

기억 : 칸

2026 혼합소지, 천연수세미 작품별 상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대상에 이름을 붙이고, 누군가는 순서를 매기며, 또 누군가는 흩어진 조각들을 제자리에 맞추어 넣는다. 질서를 만드는 일은 모든 것을 완벽하게 정돈하기 위함이 아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나의 자리를 가늠하고, 지나온 삶을 이해하기 위한 본능적인 모색에 가깝다.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는 『공간의 시학』에서 서랍을 기억과 사유가 깃드는 내면의 은닉처로 바라보았다. 우리 역시 명징하게 설명할 수 없는 기억과 감정을 마음속 각자의 ‘칸’에 간직한 채 살아간다. 이름 붙이기 어려운 감각에도 기꺼이 머물 자리를 내어주고, 뒤섞인 경험을 하나씩 갈무리하는 일. 그렇게 구획을 나누는 행위는 지나온 것들을 밀어내거나 지우는 대신, 저마다의 의미를 부여하며 온전히 받아들이는 방식이 된다. 작품 〈기억 : 칸〉은 서랍이라는 구획을 통해 기억과 감정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내면의 질서를 시각화한다. 대칭적이고 단정한 외곽 프레임은 우리가 세상과 관계 맺으며 만들어낸 외면의 질서를 상징한다. 반면 중첩되고 서로 다른 높이로 놓인 내부의 칸들은 한 사람의 내면에 켜켜이 쌓여온 시간과 감정의 깊이를 드러낸다. 비대칭적으로 엇갈리며 생겨난 틈은 깊숙이 갈무리해둔 마음이 은연중에 외부와 교감하는 경계가 된다. 기억은 언제나 가지런히 정리되지 않으며, 모든 감정이 명확한 이름을 갖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서로 다른 기억과 감정에 온전한 자리를 내어주는 일. 그 다정한 조율의 과정 속에서 우리는 흩어진 경험을 하나의 서사로 엮어내고,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나간다.

기억 : 칸 1기억 : 칸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