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만
Seongman Lim
Corolla Series
2026 백자토 140×140×50(mm)
꽃은 한순간의 형태로 존재하지 않는다. 봉오리가 열리고, 꽃잎이 펼쳐지고, 가장 충만한 순간을 지나 다시 말리고 시들어가는 동안 끊임없이 모습을 바꾼다. 나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어느 하나의 순간보다, 하나의 생명이 시간에 따라 형태를 달리해가는 과정에 관심을 둔다. 「Corolla Series」는 꽃의 형태와 그것이 피고 지는 과정에서 출발한다. 꽃잎과 꽃받침, 겹쳐지고 벌어지는 유기적인 구조를 기(器)의 형태로 옮기되,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꽃에서 발견한 곡선과 반복, 팽창과 수축의 감각을 흙의 언어로 다시 구성한다. 표면을 덮는 유약 또한 이러한 변화의 일부가 된다. 소성 과정에서 유약은 녹아 흐르고, 움푹한 곳에 고이며, 서로 번지고 침잠한다. 한 표면 안에 나타나는 광택과 저광택, 색의 농담과 흐름은 완전히 통제된 장식이라기보다 불과 중력, 재료의 성질이 남긴 결과이다. 이 흔적들은 꽃이 피어나고 쇠하며 끊임없이 모습을 달리하는 과정처럼 하나의 기물 안에 서로 다른 시간의 표정을 만든다. 나는 「Corolla Series」를 통해 꽃의 완성된 모습을 재현하기보다, 피어나고 변화하며 결국 사라지는 생명의 시간을 하나의 형태와 표면 안에 머물게 하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