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리
Miri Oh
을 기다리며
2026 슈퍼슬립, 안료, 무시유 작품별 상이
겨울로 접어드는 계절이 오면 해는 유독 짧아졌고, 저녁이 오기 전부터 집 안에는 어둠이 먼저 자리를 잡곤 했다. 부모님이 퇴근하고 돌아오기까지 남겨진 시간 동안 그 어둡고 적막한 공간이 무서웠던 어린 나는 서둘러 집 안의 모든 불을 하나씩 켜며 어둠을 밀어낸다. 부모님이 열고 들어올 문의 짤랑이는 종소리를 기다리며. 이 작업은 유년 시절 어두운 집을 밝히며 느꼈던 그 기다림과, 부모님을 떠올릴 때 자연스럽게 겹쳐지는 수국의 조형적 형태에서 출발했다. 꽃잎 사이로 아른거리며 스며 나오는 은은한 빛은 어둠을 밀어내던 기억 속 그 밤의 불빛과 닮아 있다. 어느 누군가에게는 그 자리에서 기다릴 힘을, 어느 누군가에게는 돌아올 이정표가 될 불빛을. 돌아올 당신을 기다리는 따스한 불빛이 있는 이 집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