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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리

Miri Oh

박제

2026 슈퍼슬립, 무시유 작품별 상이

기억의 형태는 늘 모호하고 뭉툭하며, 한 꺼풀 가려진 모습으로 남아 있곤 한다. 마치 비닐에 한 겹 가려진 것들을 손 끝으로 훑어 모양새를 더듬어내는 것 처럼. 스스로 길을 잃은 듯 느끼고, 본래의 나에게서 너무 멀어졌다는 생각이 들 때, 나는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유년 시절의 기억들을 하나씩 다시 꺼내어 본다. 엄마와 손을 잡고 타던 마을버스, 작은 손으로 한가득 모아두던 투명한 유리 구슬들, 매주 손꼽아 기다리던 미술교실 가는 날, 그리고 아빠가 뒤에서 잡아주던 두발자전거. 흩어지기 쉬운 그 소중한 순간들을 도자라는 매체를 통해 하나씩 가만히 고정하고 기록하고자 했다. 여섯 개의 틀을 활용한 드레인 캐스팅 기법으로 모호한 기억의 덩어리들을 형태화하는 작업으로, 색슬립으로 그려낸 자연스러운 마블링과 부분 시유의 표현장식을 활용하였다. 이 레이어와 반짝이는 표면들은 겹겹이 쌓이고 또 순간 빛을 내는 기억의 레이어를 닮아 있다. 순간을 포착해 박제한 이 조각들이, 나 스스로를 되찾아가는 작은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

박제 1박제 2